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관광업계가 휘청이고 있지만 카지노업계는 다소 잠잠하다. 코로나19 악재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여파가 크지 않아서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그 동안 다져온 카지노 기반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침몰 위기다.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패키지 여행사들은 NO재팬에 이은 NO차이나로 인한 여행취소로 경영난에 처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업계와 호텔업계도 여행기피 현상에 속앓이 중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관광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카지노업계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다. 국내 양대 외국인 카지노 업체의 지난달 실적은 여전히 상승세다. 파라다이스의 지난달 매출액은 719억96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3% 증가했다. GKL(그랜드코리아레저)도 지난해보다 57.2% 증가한 545억8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두 업체 합산 매출액은 126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지난달 설 연휴 이후인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염병 악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도 있다. 중국이 지난달 27일부터 해외여행을 막기 시작했고, 두 카지노도 지난달 말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출입제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한 중국인이 줄어든 2월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타격도 카지노 운영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고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VIP를 비롯, 고객 한 명이 지출하는 비용이 높은 외국인 카지노가 다른 관광업종과 달리 중국 인바운드 자체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카지노업계가 공략하는 주고객층들이 코로나19 사태 발원지인 우한과 거리가 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집중돼 있고, 일본 비중도 높아 영향이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태와 비슷하게 국내 관광업계에 피해를 입혔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15년에도 카지노가 받은 피해는 상당히 짧았다.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간 지속된 메르스로 인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100만 가량 감소하는 등 관광 손실이 컸지만, 카지노업계 타격은 5~6월 두 달에 불과했다. 이후 방문객과 드롭액(이용객이 칩으로 바꾼 금액) 모두 정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카지노 체질개선 효과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특히 파라다이스는 복합리조트가 코로나19 사태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를 중심으로 카지노와 비카지노(호텔·레저) 부문 모두를 고급화, 견고한 매출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카지노 고객 뿐 아니라 국내외 호캉스(호텔+바캉스) 고객도 끌어들이고 있는데, 지난 주말 딸기뷔페 프로모션이 만석을 기록할 만큼 코로나19 영향이 다소 미비하단 설명이다.
이 같은 복합리조트 효과에 힘입어 파라다이스는 지속적으로 호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마카오 카지노 시장이 직격타를 맞으면서 VIP를 모객하는 정켓사업자들이 이동하는 것도 파라다이스에 긍정적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마카오는 코로나19 발생으로 호텔과 술집과 영화관 등 주요 시설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GKL 역시 파라다이스와 마찬가지로 영업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 파라다이스와 달리 매스(MASS)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GKL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장 전체 방문객 172만 명 중 중국인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 이 중 단체고객이 28만7000명으로 17%를 차지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1월 파라다이스와 GKL 실적이 매우 양호했다"며 "코로나19 악재가 지속 확대 중이라 확언할 수 없지만 과거 사스와 메르스 영향이 2개월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도) 단기 이슈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