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시대의 도래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세수 부족, 도로관리비용 증대 등에 대비해 '대체 연료세'도입 등 교통세제 개편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 국토연구원 이재현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워킹페이퍼 '친환경차시대를 대비한 교통세제 개편 사례 연구'를 통해 "혜택 위주의 현 친환경차 교통세제를 점진적으로 개편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들은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교통세제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에 세계 친환경차 보급량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며, 2030년이 되면 친환경차 보급량은 약 2억5000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 차량의 가격과 비슷해지면서 시장의 주도권도 친환경차에게 넘겨주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친환경차 보급률을 올해 4월 현재 약 6만5000대 수준에서 2030년에는 385만대(전기차 300만대, 수소차 85만대)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그 결과 현재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된 세금으로 도로 건설·유지·관리 재원을 충당하는 교통세제 체계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휘발류 기준 ℓ당 교통·에너지·환경세 475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에 관세 3%와 부가가치세 10% 등이 세금으로 부과되고 있다.
반면 현행 전기차 충전 요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금액도 전압과 시간대에 따라 상이하지만 ㎾h당 52.5~232.5원에 불과한 데다 오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특별요금 적용으로 약 50% 할인을 받는다.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 교통세제 개편 없이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혜택이 유지될 경우 2050년까지 교통세 약 19조6000억원, 자동차세 약 20조8000억원, 교육세와 주행세 각각 3조원, 5조원 등 모두 48조4000억원의 세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친환경차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과 친환경차에서 발생한 도로관리비용에 대한 분담금 징수를 조화롭게 설계해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지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고려요소가 됐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친환경 시장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차 보유 관련 세제를 개편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대체연료세를 도입할 것으로 제언했다.
대체연료세는 전통적인 화석연료세 부과방식과 같이 전기 및 수소 충전 시 사용량에 비례해 ㎾h 또는 ㎏당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연구원은 "아직까지 도로인프라 건설·유지·관리를 목적으로 대체연료세가 도입된 사례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방식은 주행거리세처럼 중장기적인 도로 관련 재원 조달을 위한 교통세제 개편 방향으로 적합하며, 충전용 전기 할인혜택 중단 시점과 동시에 개편할 경우 조세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주행거리에 따라 과세하는 '주행거리세'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봤다.
주행거리세는 일정 기간 동안 주행한 거리를 계측하고,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교통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미 뉴질랜드, 미국 콜로라도, 오리건 등 일부 주, 유럽 주요국가 등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 기술적·비용적 요소를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대체연료세가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교통세제의 변화는 조세 마찰 또는 조세 저항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개편안 마련 시, 합리적인 과세액 산출 및 효율적인 과세 방식 설정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