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만 8살이 된 초등학생 A씨는 지난해 상가가 딸린 주택의 건물주가 됐다. 국세청은 수입원이 있을 리 없는 초등학생이 어떻게 부동산 살 돈을 마련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A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부동산과 현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할아버지가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신고했지만, 아버지가 준 부동산 매입자금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 가족에 수억원대 증여세를 추징했다.
회사 내부자금을 빼돌려 고가 아파트를 산 부부도 있었다. 회사 대표 B씨는 지난해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회사 회계장부에선 비용 항목으로 잡아 법인세를 탈루했다. 그런 다음 이 돈을 배우자에게 증여해 배우자 공동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들 부부에 대해서도 수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자금 출처 분석해 조사 대상 선정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 고가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 중 탈세 혐의가 있는 361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차례 진행한 합동조사 결과 드러난 탈세 의심자 중에서 선별했다. 또 국세청이 서울·수도권 등 과열 양상을 보인 대도시 지역에서 거래한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를 직접 분석해 선정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자 74%가 30대 이하
조사 대상자의 74%는 30대 이하(240명)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 초년생이나 사업해서 번 돈이 적은 데도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을 집중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세입자 중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전셋집에 사는 사람도 탈세 의심자로 분류했다. 전세 보증금을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13일 부동산 탈세 혐의자 361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대출 직접 갚는지도 추적"
국세청은 고가 부동산 취득자들이 앞으로 대출을 제대로 갚는 지도 추적할 계획이다.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부동산 매입자금의 69%가 차입금이었다. 부모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거짓 신고하고 실제로는 증여를 받은 돈인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빚을 스스로 갚지 않고 부모 등이 대신 갚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증여세 탈세 혐의도 조사하기로 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서울·중부 등 지방청에 '부동산 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부동산 탈세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등과도 협력해 (실제 부동산 거래 가격을 속여 계약하는) 업·다운계약 등에 대해서도 엄격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