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76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여객기 추락사고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1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TV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군 당국의 성명을 보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란이 "의도치 않게(unintentionally)"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으며 "인간의 실수(human error)"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비행기가 "민감한 군사 중심지"쪽으로 방향을 틀자 "적대적 표적"으로 오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군은 당시 "가장 높은 수준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앙에 대해 사과하면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향후 이런 "실수"를 방지할 예정이며, 책임이 있는 사람은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보도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 "슬픈 날이다. 군 내부 조사의 예비 결론이 나왔다"고 썼다.
이어 "미국의 모험주의로 인한 위기의 시기에 인간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졌다.(Human error at time of crisis caused by US adventurism led to disaster)"며 "우리 국민, 모든 희생자의 가족, 다른 피해 국가들에 깊은 후회와 사과 및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8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했다가 몇 분 만에 추락했다.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지 몇 시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보복 조치에 대비하고 있던 이란이 해당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 격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격추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란은 줄곧 기체 결함 탓이라고 부인하면서, 블랙박스를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스템 말고 다른쪽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며 격추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격추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세계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정보기관이 입수한 증거를 바탕으로 격추설에 힘을 실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다양한 나토 동맹국에서 해당 비행기가 이란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국이 보낸 보고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건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락으로 이란인, 캐나다인, 우크라이나인, 스웨덴인, 독일인, 영국인, 등 다양한 국적자들이 숨졌다. 사망자의 국적을 보면 이란인이 82명으로 가장 많다.
57명의 사망자가 나온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사고 원인을 빈틈없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애초 캐나다인 사망자는 63명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57명으로 수정됐다. 키예프를 경유해 이란 테헤란으로 가는 저렴한 노선을 이용하려는 이란계 캐나다인들이 많았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