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거래처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돌아와 보니 차량 밑에 부서진 드론과 함께 보닛이 찌그러져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로 드론이 날아와 부딪힌 사실은 확인했지만 드론 소유자를 알 수 없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
B공항은 갑작스러운 드론 출몰로 몇 시간째 마비됐다. 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위해 지상이동을 하는 중에 어디선가 날아온 드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항경비대가 출동해 드론을 조종한 사람을 찾았으나 드론을 버리고 달아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드론을 날리다가 사고를 내고 달아나도 소용이 없다. 내년부터는 최대이륙중량 2kg을 넘는 드론은 기체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250g을 넘는 드론을 조종하려면 사전에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관리체계가 정비된다.
국토교통부는 드론 성능이 높아지고 활용도가 늘어남에 따라 성능과 위험도를 기준으로 드론을 4단계로 분류해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법 시행령’ 및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한다.
드론 분류기준 4단계는 250g 이하 완구형 모형비행장치와 저위험 무인비행장치(250g~2kg, 2kg~7kg), 중위험 무인비행장치(7kg~25kg), 고위험 무인비행장치(25kg~150kg)로 구분된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드론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안전과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일명 ‘드론 실명제’라고 하는 ‘기체 신고제’와 ‘조종자격 차등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드론 실명제는 최대이륙중량 2kg을 넘는 드론 소유자는 기체신고를 의무화했다. 국토부는 3월부터 기체 신고를 시범운영하고 7월부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행 드론 조종자격은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대형드론에만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250g에서 2kg까지 취미용 소형드론 조종자도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해다. 2kg을 넘는 드론을 조종하려면 일정 비행 경력과 필기·실기시험을 단계별로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250g~2kg은 온라인 교육만 받으면 되고 2kg~7kg은 비행경력 6시간과 필기시험, 7kg~25kg은 비행경력 10시간과 필기·실기시험(약식), 25kg~150kg은 비행경력 20시간과 필기·실시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드론 관련 규정의 해석과 적용에 혼란을 주던 ‘자체중량’과 ‘최대이륙중량’ 용어는 세계 추세에 맞게 드론 성능 기반의 ‘최대이륙중량’으로 통일했다.
또 비행금지구역이라도 초중고 학교운동장에서는 지도자 감독 아래 교육목적의 고도 20m 이내 드론 비행은 가능하게 하고 관련 운용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김상도 실장은 “이번 드론 관리체계 개선안은 그간 중점 추진해온 드론실증 도시 지원, 드론공원 지정, 특별비행승인 기간 단축, 드론 기업 지원허브 등 드론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내 드론산업의 진흥을 위한 대책과 병행 추진하는 것”이라며 “산학연 관계자와 활발한 논의를 통해 지난 2018년 말 초안을 마련한 이후 1년여 동안 정책토론회와 관계기관 협의, 업계 간담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드론 실명제와 조종자격 차등화를 담은 항공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5월께 공포될 예정이다. 드론 기체신고 및 조종자격 개정안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현재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체신고와 조종자격 교육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경우를 위해 시행 이후 신고·교육을 위한 유예기간을 둘 계획이다.
기체 신고를 하지 않고 드론을 날리면 항공안전법에 따라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드론 말소신고를 하지 않으면 3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항공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3월 30일까지 우편이나 팩스, 국토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