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한 고분양가 관리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분양가가 통제되면서 지난해 분양시장은 역대급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4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로또 분양’이 쏟아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당첨을 노리는 사람들로 청약 경쟁률과 가점은 지난해보다도 더욱 높이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하우스가 청약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28대1로 1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일반분양된 아파트는 1만 1,907가구로 평년에 비해 높았지만 33만 3,761명이 청약 시장에 몰리면서 역대 최고치의 청약 경쟁률을 갱신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서울 지역 청약경쟁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018년 27.34대1, 2019년 28.03대1 등 청약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팀장은 “HUG 등에서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고,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 등의 영향으로 주변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것이 높은 경쟁률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4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분양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나오는 ‘로또 청약’을 노리고 통장을 아끼고 있는 고가점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둔촌주공 재건축, 개포주공 재건축 등 아직 분양 일정에 돌입하지 않은 수도권 내 알짜 단지들이 남아있는 만큼 이들 분양 시 당첨 가점이 70점을 훌쩍 넘기는 통장들이 쏟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청약을 노리는 통장 개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의 1순위 청약통장 개수는 300만 8,928개에 달했다. 인천(82만 3,131개), 경기(340만 6,723개) 등 수도권에만 723만 8,782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있다. 전국의 1순위 통장 가운데(1,279만 1,345개) 56.6%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청약자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 청약 열기가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광역시, 세종시, 광주광역시 등도 지난해 서울과 마찬가지로 2009년 이후의 11년 만에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 역시 오는 2020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다수 지방은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미분양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 3,561가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은 4만 5,246가구로 전체의 84.5%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 9월(5만 396), 10월(4만 8,095) 등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미분양 가구는 지난 11월 말 2,884가구를 기록해 10월(4,380가구) 대비 34.2%(1,496가구) 감소했다. 이에 청약 시장도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